2020년 12조원 한국 드론산업 현주소는
- dronejeju
- 2014년 5월 2일
- 4분 분량
지난 4월 22일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 있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 임정욱)에서 ‘드론 세미나’가 열렸다. 100여명이 가득 메운 세미나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중국 드론 업체 DJI의 최신 드론 모델 ‘팬텀3’. 마치 최초 공개되는 신차를 보듯 팬텀3를 조종하는 정동일 아이드론 대표의 손에 시선이 몰렸다. 팬텀3는 기존에 항공촬영용으로 많이 쓰이던 ‘팬텀2’의 상위 모델이다. GPS가 잘 잡히지 않는 실내에서도 초음파 센서를 통해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데, 뛰어난 화질로 인기가 있었던 팬텀2와 마찬가지로 풀HD급 촬영 영상을 제공한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드론을 직접 보고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참석자의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1인 1드론의 시대가 열린다’거나 ‘올해가 드론 상업화의 원년’이라는 말은 연초부터 반복되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64억달러(약 7조원)로 10년 후인 2022년에는 114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현재는 드론 시장의 90% 이상을 군사용 드론이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업용은 물론 레저용 드론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는 게 공통적 예측이다. 원래 드론은 군사용으로 출발했다. 미사일을 장착하기도 했던 드론에 GPS와 센서, 카메라가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활용도는 급격히 넓어졌다. 적극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는 곳은 언론 분야다. 지난해 11월 미국 CBS는 1986년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근 30년간 출입이 통제됐던 우크라이나 북쪽 체르노빌 지역의 모습을 드론으로 찍어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파이어 파이트’는 알래스카 지역 빙하 내부의 얼음 동굴 촬영을 위해 드론을 띄웠다. 한국에서 드론이 본격적으로 보도 부문에 투입된 것은 지난해 2월 경북 경주에서 있었던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때의 일이다.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건물 붕괴 사진은 오승환 경성대 교수가 드론으로 촬영해 제공한 것이다. 지난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일어난 105중 차량 추돌 사고 현장을 담아낸 것도 드론이다. 예전 같았으면 커다란 헬기를 띄워야 포착할 수 있었던 장면을 드론으로 볼 수 있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드론 세미나’에서도 사진기자 출신인 조성준 드론이미지 대표가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소개하고 드론 촬영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취미활동을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드론을 이용한 촬영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드론은 뜨거운 감자일 뿐 실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한국의 드론 기술력이 세계 7위권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순수 한국 기술로 드론을 제작하는 업체는 몇 되지 않을 뿐더러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다. 대부분 국내 드론 업체는 외국에서 부품을 사와 재조립해 팔거나 완제품을 그대로 수입해 판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론 기업은 ‘중국의 애플’ ‘드론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DJI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에 따르면 DJI의 기업 가치가 100억달러(약11조원)에 달한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지난 1월 미국 백악관 건물에 부딪혀 드론에 대한 항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운 제품도 DJI의 팬텀 시리즈다.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이 오자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 정부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군사용 드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미국이기에 상업용 드론 시장도 곧 장악할 수 있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DJI는 “우리는 미국 정부가 5~6년에 걸쳐 만들 드론을 5~6개월 만에 만들 수가 있다”고 가볍게 넘겼다. 한국 드론 시장이 왜 발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위의 DJI 측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 중 하나가 왜 한국은 드론 시장의 확장을 알지 못했냐는 것”이라며 “정부 의존적인 업계 분위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우주항공기술도 미항공우주국(NASA)이 아니라 민간업체인 스페이스엑스(SpaceX)가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에서도 드론이 곧 블루오션이 될 거라는 걸 몰랐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다 군사 기술이나 공공부문에만 집중돼 있었던 거죠.”

드론이 전 세계적 이슈가 된 이유는 상업적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마존(Amazon) 같은 유통 기업이나 물류 기업인 독일의 DHL이 드론의 상용화를 검토하고 주목받은 데는 드론을 사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정욱 센터장은 “예산의 제약을 받는 미국 소방서는 새로운 드론을 개발하지 않고 화재 현장에 DJI의 팬텀2를 띄운다”면서 “드론 시장은 비용을 많이 들이는 기반산업이 아니라 활용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드론 업계 관계자 역시 “1억~2억원짜리 드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것보다 충분한 시장 분석을 통해 선도적인 제품을 하나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DJI, 프랑스 패럿(Parrot)과 더불어 3D 로보틱스는 세계적 드론 업체로 손꼽힌다. 3D 로보틱스의 호르디 무뇨스 CEO의 성공담은 드론산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멕시코 이민자 출신인 무뇨스는 미국 시민권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게임기 닌텐도 위(Wii)를 해킹하고 자동조종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가 들인 돈은 단돈 5달러. 무뇨스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모형 헬리콥터는 매우 복잡하지만 드론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들어 버린다”면서 결국 드론 개발의 핵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로봇은 국내의 대표적 드론 생산업체다. 홍세화 바이로봇 이사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국내 제조업 환경에서 최근 이슈의 주인공이 소형급 드론이라는 사실을 놓치면서 어려워졌다”며 “소형 드론의 경우 짧은 연구개발 기간 안에 기술을 완성할 수 있어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파악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내놓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로봇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 참가했다. 홍 이사는 “CES에 가보니 드론 업체는 대부분 중국 업체였다”며 “중국 업체처럼 우리도 완구팀과 산업팀을 분리해 기술과 상품 개발을 동시에 이뤄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로봇이 내놓은 ‘드론파이터’라는 초소형 드론은 놀이용에 맞게 비행 대결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홍 이사는 “버튼을 누르면 미사일을 쏘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실제로 상대 드론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 피격을 당하면 진동과 소리가 난다”며 “드론파이터에는 중국 제품에는 없는 창의력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만난 한 드론 업체 대표는 “무인기 시장을 키운다거나 자체 기술을 개발한다고 몇백억원씩 들일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세계 최초로 틸트로터 무인기를 상용화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쓰이는 곳은 원양어선이나 군 정찰기 수준으로 새로운 산업에는 전혀 활용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드론산업을 다른 ICT, 모바일산업처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론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은 차별화에서 나온다. DJI의 팬텀3는 촬영용 카메라의 화질을 끌어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도록 센서도 개발해 항공촬영을 원하는 사람에게 최선의 선택을 제공한다. 3D 로보틱스가 지난 4월 14일 발표한 제품 ‘솔로’는 피사체를 추적하거나 셀카를 찍을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 드론’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즉 드론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관련 제도가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선 우후죽순 생기는 드론 업체와 단체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드론을 운용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항공법은 드론을 유인항공기의 별종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도 12㎏ 이하 초경량 드론에 대해서만 제도가 존재할 뿐 중대형 드론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다. 초경량 드론에 대한 제도도 유인항공기 법률에서 파생된 것이다 보니 드론을 하나 띄워 촬영하려면 지방항공청에 신고하고, 국방부와 수도방위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용된 주파수는 10mW에 불과한데, 이 주파수로는 100~200m 날아가면 조종을 할 수 없다. 아예 고도 150m, 눈에 보이는 거리 내에서만 조종을 하도록 제도상 정해져 있기도 하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는 “국제무인기기시스템협회라는 단체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드론에 대한 규제를 풀면 올해 내로 820억달러(약90조원)의 경제 효과와 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거라고 한다”면서 “한국도 드론을 유인항공기와 달리 PC나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새로운 기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항공, 안보상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드론에 대한 규제와 완화는 균형 있게 풀어가야 하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먼저 커 버리면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급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얼른 드론산업에 대한 연구와 필요한 규제 및 제도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 김효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mmentaires